에비나 히나는 웃지 않는다_03

어떤 소년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자.

 

처음 봤을 때부터 그 애는 세상과 단절된 듯한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처음 받은 인상은 그냥 그런 수준. 어디에나 있는 중2병 환자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만의 세계에 몰입해서 사람들과 멀어지는 건 그리 드문 현상은 아니니까. 그 반대일 수도 있고.

 

하지만 그 소년은 단절되어 있긴 했지만,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진 않았다. 가끔씩 우리 반 모두의 행동을 조심스레 살피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마치 무언가 결과를 기다리는 연구자처럼.

 

그리고 어느 날을 계기로, 존재감 없는 관찰자였던 소년은 서서히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 시작해 버렸다. 아마 그 소년은 전혀 원하지 않았을 테지만. 누구보다도 빛나는 다른 소년과 함께 우연히, 그냥 우연히 함께 움직이며 많은 일들을 해결해 나갔다. 대충 여름 때부터……그때부터 나는 주의 깊게 그 소년을 살펴 왔다. 이미 반에서 최고의 인기인이었던 H군과 묘한 대비를 이루는 또 다른 H군을.

 

그런 것들이 결국 나의 망상이었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전혀 다른 속성을 지닌 두 사람이, 맞물릴 수 없는 가치관을 지닌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춰간다는 이야기는 내가 발을 들이고 있던 영역에서는 흔한 것이었으니까. H군과 H군이라는 인간이 아닌, HxH라는 코드와 기호의 조합만이 눈에 들어오는 그런 현상.

 

그러니 그냥 그런 망상으로 끝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 두 H군이 가끔씩 내 농담에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는 걸로 충분했는데.

 

하지만.

 

세계를 지배하는 관성의 법칙은 잔혹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소년의 등을 계속해서 떠밀었다. 더 이상 존재감을 숨길 수 없게 된 소년은 모두를 비웃듯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은근히 집중된 악의를 받아내며, 꿋꿋이 버티면서. 자신은 틀리지 않았다고 말하기 위해.

 

인간이 인간을 완전히 무시한다는 게 가능한 것일까? 우리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게 되어 있는데. 태양에 붙잡혀 있는 지구처럼. 지구에 붙잡혀 있는 달처럼. 제아무리 스스로 익숙하다 말해도 마음은 조금씩 마모되어 가는 법이다.

 

나는 모를 수밖에 없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아온 것인지. 그가 이 학교에서 누구를 위해 어떻게 움직인 것인지. 분명 내가 아는 건 그 일부일 뿐. 하지만 추측할 수는 있다. 그가 의뢰를 받아 움직일 때마다 완성된 견고한 성채와 같던 그 철학이 조금씩 깨져나가고 있다는 건.

 

그리고 얼마 전 나에게의 고백을 기점으로 해서 이제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도.

 

적어도 H군이 한계에 달해가는 것만은 보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를 밀어 넣은 게 나였으니까. 그래서 조금, 나답지 않게 적극적으로 나서고 말았다.

 

다만 그 상황에서조차 H군은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고 있었을 뿐.

 

에비나. 네 마음에는 고맙다고 대답해 둘게. 하지만 말이야, 필요 없어.”

 

……정말로?

 

우리는 필경, 서로에게 거짓말을 할 수 없겠지. 너무나 닮은 우리는 나약하고 비겁한 점까지 그대로 공유해 버리게 되니까. 그러니까 알 수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다른 사람들에게 미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리 포장하고 숨기려 해도 외로움을 느끼고 마는 현실을.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필사적인 주제에.

 

히키가야 하치만은 그런 인간이니까.”

 

그런 말을 태연하게 입에 담으며 거리를 두는 그 소년을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한 눈동자를 하곤 하는 그 소년을

 

아무리 해도 닿지 않는 먼 곳에서 물끄러미 보고 있노라면

 

나는 아무리 애를 써 봐도 도무지 웃을 수가 없었다.

 

 

 

……이 나쁜, 거짓말쟁이 자식.

 

 

 

역시 내 청춘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에비나 히나는 웃지 않는다

3

 

 

 

그 후의 전개는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았다. 다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분위기였다는 것만 기억할 수 있었다. 구급차가 오고, 사색이 된 히라츠카 선생님과 함께 의식을 잃은 히키타니가 병원으로 실려가 버리고, 우리는 그 모든 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후 다른 선생님들이 와서 우리를 직원실로 데리고 가고, 아마 모두에게 징계 처분이 있을 테니까 각오를 해두는 게 좋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교장 선생님이 엄청나게 노발대발 하셨다던가.

 

모두라는 건, 히키타니도 포함되어 있는 걸까. 안경을 매만지며 묻는 나에게 그 선생님은 인상을 찡그리며 당연히 포함된다고 말해 주셨다. 그리고 선생님들은 긴급회의인지 뭔지에 소집되어 다른 곳으로 가 버렸다.

 

우리는 아무런 말없이 직원실 내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히키타니가 크게 다쳤던 일 자체가 우리에게서 다른 사고를 할 여유를 빼앗고 있는 것만 같았다.

 

펜스에 기대서 다른 애들을 보고 있었을 때를 생각했다. 그 때만 해도 이런 사고가 일어날 거란 상상조차 하지 못했는데. 체중을 실은 펜스가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넘어가고, 발밑의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가던 그 순간의 기억. 중력에서 벗어난 듯한 그때의 부유감과 사고를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졌다. 나는 나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감싸 안고 몸을 떨었다. 무서웠다.

 

, 에비나? 괜찮어?”

 

두 자리 건너 앉아 있던 토베가 용케도 내 상태를 눈치 채고 말을 걸어왔다. 나는 최대한 억지 웃음을 짜내며 고개를 저어 토베가 내미려고 하는 도움의 손길을 거부했다. 제대로 됐으려나. 잘 모르겠다.

 

눈을 감으면 옥상의 풍경이 자동적으로 떠올라 버린다. 생명의 위기라는 강렬한 체험과 함께 각인된 이 기억은 오랫동안 잊을 수 없겠지. 아니면 평생 동안.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 풍경 속에 있었던 히키타니의 모습도 함께 떠오른다. 필사적인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달려들던 그 모습. 붕괴해 가는 펜스 하나만 붙잡고 망설임이 없이 옥상의 끝자락에서 도약하던 그 모습이 뇌리에 박혀 사라지질 않았다.

 

그 품에 안겨서 잠시 동안 안도감을 느꼈던 것도. 그 상황에서 누군가 나를 구해주려 한다는 것 자체가 분명 구원이었을 건데.

 

하지만 다음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은, 모두가 극적으로 살아난다는 동화적인 결말이 아니었다. 단단한 팔이 사라졌나 싶더니, 옥상 위를 몇 바퀴나 구르고 나서야 히키타니가 나를 내던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개를 들자 히키타니가 눈에 보였다.

 

누군가를 향해 그 팔을 뻗으려고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모습은 너무나 평안해 보여서 추락 중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 남자애가 마지막에 보였던 체념과 포기의 눈동자가 말을 거는 것만 같았다.

 

너희들이 소중히 하고 있는 것에 의미 따윈 없다고, 그런 것이 없어도 세계는 잘만 흘러간다고.

 

아마도 그건 히키타니의 본심이었을 것이다.

 

회의 중이던 방에서 체육 교사인 아츠기가 나왔다. 잠시 고개를 돌려 벽에 매달린 시계를 확인한 아츠기는 우리를 향해 외쳤다.

 

너희들! 일단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라. 조만간 호출이 있을 테니 그리 알고!”

 

아무래도 의견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우리는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추운 겨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활동에 전념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 나는 고개를 돌려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많은 학생들이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평화롭게 운동을 즐기고 있었다.

 

수업, 이미 끝났나 보네…….”

 

시계를 보니 이미 하교 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이었다. 물론 한참 지난 시간이라고 해 봐야, 히키타니가 떨어진 지 겨우 몇 시간이 지났을 뿐이지만.

 

있잖아, 힛키 병문안……안 갈래? 얼마나 다쳤는지 확인두 해야 될 것 같구…….”

 

유이가 힘없이 중얼거리며 그렇게 말했다. 그 자리에 있던 우리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 오오! 맞아! 가보자고!”

 

토베의 맞장구에 유키노시타와 미우라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묘하게 일치한 서로의 행동에 잠시 서로의 얼굴을 힐긋 쳐다보더니,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렸다. 다툴 분위기가 아니란 거겠지.

 

나는 그 모든 모습을 어딘가 붕 뜬 것처럼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옆에 달린 명패의 히키타니라는 이름을 확인한 후, 유키노시타가 앞장서서 문을 열었다. 병실은 4인실이었지만 히키타니 외의 환자는 없는지 나머지 침대는 텅 비어 있었다. 그리고 가장 안쪽, 새하얀 커튼이 드리워진 침대 뒤편으로 자그마한 등이 보였다.

 

여름 임간학교 때 봤던 히키타니의 동생이 차가운 기운이 감도는 병실을 지키고 있었다. 이름, 코마치랬지? 인기척을 느낀 코마치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나는 유키노시타의 등 뒤에서 묘한 우울함과 피로가 어려 있는 코마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것도 잠시였다. 코마치는 우리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이내 밝은 미소를 지었다.

 

, 오빠 병문안 와주신 거예요? 유키노 언니랑 유이 언니는 꽤 자주 봤지만 나머지 분들은 오랜만이네요! 여름 임간학교 때 같이 갔던 히키가야 코마치라고 합니다. 저기 안에 누워 있는 사람의 동생이에요.”

 

코마치는 손가락을 들어 침대에 누워있는 히키타니를 가리켰다. 머리와 발, 팔 부분에 붕대를 둘둘 감고 누워 있는 히키타니는 숨소리조차 내지 않은 채 잠들어 있었다. 창백한 안색이 더해져 얼핏 봐서는 죽은 게 아닌지 착각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

 

저기, 코마치…….”

 

유이가 먼저 머뭇거리며 코마치의 이름을 불렀다. 코마치는 뭘 물어볼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말했다.

 

, 오빠는 걱정할 거 없어요. 생명은 말짱하구요, 수술도 끝났고 안정을 취하면 후유증도 거의 없을 거래요.”

, ?”

오른쪽 다리가 좀 심하게 부러졌다고 해서……. 그래서 지금은 진통제랑 수면제 맞고 자고 있어요.”

 

심하게 부분에서 코마치의 말이 미세하게 떨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두 주먹을 꼭 쥐었다. 안에 땀이 차서 미끌거렸다. 코마치가 민감하게 주위를 살피더니 생긋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이미 잘 끝났으니 걱정하실 필요 없다니까요. 아무 문제없어요.”

 

코마치의 밝은 웃음이 전염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쪽보다는……오빠도 꽤나 발전했네요! 작년에 다쳤을 때는 병문안 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오늘은 이렇게까지나……. 일단 오빠는 이런 상태니까요, 제가 대신 감사드릴게요.”

아하하……, 뭐랄까, 정말루 힛키답네…….”

 

난데없는 과거의 흑역사 폭로에 다들 쓴웃음을 지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생명엔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듣고서 다들 적잖이 안도한 모양이었다. 아까보다는 한층 가벼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그건 분명 코마치의 배려이기도 할 테지만.

 

유키노시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우리 말고도 온 사람들이 있었니?”

, 토츠카 오빠랑 사키 언니가 왔었어요.”

헤에, 사이랑 카와사키 왔었구나. 먼저 갔어?”

. 선생님이 학교로 데려다 준다고 해서 같이. 이야, 다 모였으면 북적북적했을 텐데 아쉽네요!”

유키노시타와 미우라와 카와사키가 한 자리에 모여 있으면 북적북적하긴 했을 것이다.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싸움은 안 나려나? 아까도 유키노시타랑 미우라, 묘하게 가라앉아 있는 것 같았고.

 

, 내 정신 좀 봐. 이거 하나씩 드세요.”

 

코마치는 안쪽에 놓여 있던 열개 들이 주스 상자에서 묘한 느낌의 건강 주스를 꺼내 우리에게 나눠주었다. 라벨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영어 단어가 가득 적혀 있었다. 헬스라든지 웰라이프라든지 비타민 인핸스라든지. 미우라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라벨을 바라보았다.

 

, 하아아? 보통은 과일 주스 아닌가? 특이하네에…….”

먹기 싫으면 그냥 내버려두렴. 병문안 와서 투정 부리지 말고.”

하아? 그냥 신기해서 그런 거거든? 마실 거거든?”

 

미우라가 성질을 내며 주스를 땄다. 둘이 병실이라서 싸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적이 제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평소의 모습을 되찾을 정도로 어느 정도는 마음을 내려놓은 건지도 모른다.

 

우왓, 이거 맛 쩔어! 건강해질 것만 같아!”

, 묘하게 고풍스러운 느낌이네. , 혹시 이거 히라츠카 선생님…….”

와아, 유이 언니 대단하시네요! 딱 맞췄어요! 선생님이 사오신 건데!”

 

다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피부 관리와 안티 에이징에 효과가 있을 것만 같은 주스를 마시기 시작했다. 현실이란 것은 언제나 무겁다.

 

달지 않은 묘한 맛이 입 안에 퍼졌다. 주스를 홀짝이며 슬쩍 상자를 들여다보니 남아 있는 주스는 딱 한 개뿐이었다. 열 개였으니까, 저건 히키타니 거겠지?

 

유키노시타 역시 같은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빈 병을 가지런히 정리하면서 코마치를 향해 말했다.

 

미안해, 코마치. 얻어먹기만 하다니 실례였네. 생각해보면 뭐라도 사왔어야 하는 건데. 불찰이었어.”

아뇨, 아뇨. 전혀 그러실 필요 없어요. 아마 이 이후로 아무도 안 올걸요. 그럼 낭비잖아요.”

, 그래. 그렇구나…….”

 

천하의 유키노시타가 당혹해하며 말을 더듬었다.

 

힛키가 좋아하는 걸루 사다주면 괜찮지 않아? MAX 커피 좋아했지?”

의사 선생님이 커피나 탄산은 회복이 느려진다고 절대 마시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오빠가 죽을상을 짓던데요.”

 

코마치가 킥킥거리며 손사래를 쳤다. 진통제를 맞기 전까지 히키타니는 의식을 차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주먹에 들어가는 힘을 억지로 풀면서, 나는 병실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오빠한테 뭐 들은 거 있니? , 어쩌다 다쳤다던가…….”

 

그걸 확인해서 뭐 어쩌려고? 자신의 비겁함에 화가 날 것만 같다. 주위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 모였다. 코마치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뭔가를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뭐라더라, 거리를 잘못 재는 바람에 실수해서 떨어졌다고 하던데요?”

 

그건 상냥한 거짓말일까, 아니면 잔인한 진실일까.

 

그 때의 필사적이었던 히키타니의 눈을 기억하고 있다. 그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던 것 역시. 나는 고개를 떨구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안. 코마치. 히키타니는 나를 구하려다가 대신 떨어진 거야.”

 

나의 고백에 코마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이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 역시 거짓말이었네……. 대충 그럴 것 같기는 했지만요. 우리 오빠는 혼자서는 위험한 곳 절대 안 가거든요.”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코마치의 말에 나는 부끄러워서 어디로 숨고 싶은 기분이었다. 코마치는 이미 다 알고 있었는데, 나는 뭐가 무서워서 그 말을 곧장 꺼내지 못했던 걸까. 하지만 그런 나를 달래듯 코마치는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히나 언니가 코마치한테 미안해하실 필요는 없어요. 고마워하실 필요도 없고요. 구한 건 오빠니까. 그리고 아마, 오빠한테도 하실 필요 없으실 걸요?”

그건…….”

오빠는 그게 특정한 누구라서 돕겠다고 움직이는 게 아닐 테니까요. 아마도……그냥 자기 자신이 싫어서 그러는 거 아닐까요?”

 

히키타니네 집은 맞벌이라고 하셨나? 그렇다면 이 작은 소녀는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오랫동안 히키타니를 바라봐 왔을 것이다. 위태위태한, 곧 무너질 것 같은 그 모습을. 기껏해야 1,2년 동안 히키타니를 봐온 우리들이 알고 있다면 당연히 코마치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코마치는요, 오빠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이 나이대의 남매가 사이좋기가 힘들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 남매가 서로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딱히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부정하지 않는 우리를 보며 코마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오빠는 분명 여기저기 구제불능이지만, 이런 대가를 치를 정도로 나쁘진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오빠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가 않아요.”

 

코마치는 손을 들어 히키타니가 누워 있는 침대의 끝을 쓰다듬었다. 제대로 닿지 않는 걱정과 애정을 가득 담아서. 그리고는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들을 향해 질문했다.

 

어떻게 해야 오빠가 좀 괜찮아질까요?”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코마치는 정말 잘 모르겠네요…….”

 

심지어, 가장 오랫동안 히키타니를 봐 온 코마치마저도.

 

 

 

 

히라츠카 선생님은 피로가 가득한 얼굴이었다. 잠을 제대로 못 잔 건지 눈 밑이 퀭했고, 늘 입고 다니시는 새하얀 옷의 소매 끝자락은 깔끔한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 때가 타 있었다. 여자도 남자도 다르지 않다. 인간이 혼자서 살아가기란 어려운 일인 것이다. 무척이나 애석하게도.

 

너희들의 잘못은 교장 선생님의 지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우리들은 나란히 앉아서 선생님의 말을 듣고 있었다.

 

안전을 위해서 행동을 제한한다는 게 한창 나이인 너희들에겐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 하는 심정도 클 거란 것도 안다. 하지만 가끔씩은 이렇게 사고가 나는 법이다.”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고르던 히라츠카 선생님은 우리들을 하나하나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가끔씩 선생님은 뭐든지 꿰뚫어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나는 그게 거북해서 살짝 눈동자를 굴리며 그 시선을 피했다.

 

큰 사고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이번 일은 다들 잘 기억해 두도록 해라.”

.”

 

우리들의 대답을 들은 히라츠카 선생님은 한숨을 쉬며 의자에 등을 푹 기댔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멍하니 고개를 쳐들고 천장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너희들에게도 충격이었을테니 가능한 한 그걸로 끝내고 싶었지만……. 그렇게 넘어갈 수는 없더구나.”

 

이미 다른 선생님들한테 예고를 듣기고 했고, 이미 예상하던 바라 충격은 없었다. 아무런 처벌 없이 넘어갈 수는 없었겠지.

 

교내 봉사활동 열여덟 시간이다. 이번 주말부터 매일 두 시간씩 시행할 거니 그렇게 알고 있도록.”

 

선생님은 그렇게 우리에게 통보를 하며 히키타니의 병실에도 사다 놓았던 건강 주스를 죽 들이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토베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 히키타니는 어떻게 됩니까? 저희랑 똑같습니까?”

 

선생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다. 길고 새까만 머리카락이 따라서 찰랑거렸다.

 

히키가야는 단기 정학 7일이다. 교장 선생님은 강경하셨지만……다행히 마지막엔 타협을 봤다.”

 

습관적으로 담뱃갑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드시던 선생님은 학생들 앞이라는 걸 깨달았는지 다시 담배를 집어넣었다. 꾸깃꾸깃한 종이 담뱃갑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선생님은 힘없이 말했다.

 

그리고 옥상 문은 아예 막았다. 앞으로는 절대 출입하는 일이 없도록 해라.”

 

 

 

 

 

교실로 돌아가 새로 편성된 교육을 들을 준비를 했다. 학생들의 안전불감증을 일깨우기 위해서 학교에서 있었던 다양한 사고사례들을 멍하니 DVD로 시청하는 시간이었다. 급하게 만든 것인지 사고사례들은 황당하면서도 비약이 심한 것들뿐이었고, 중간 전개를 잘라먹은 듯한 상황이 넘쳐흘렀다. 거기에 유치한 자막 효과까지.

 

이런 것들을 매일 쉬는 시간을 깎아서 보고 있으면 당연히 싫을 수밖에 없겠지. 자연스레 분위기는 잡담으로 흐르고,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불평이 나오게 마련이다.

 

뭐시기 타니만 아니었어도 이럴 일은 없잖아. 왜 그러게 사고를 쳤대.”

문화제 때부터 진짜 질리지도 않나봐. 병 아냐, ?”

 

그리고 그 타겟이 누가 됐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 애초에 병원에 간 것이 히키타니였고,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건드리기가 버거운 사람들뿐이었다. 그들이 유키노시타를 비난할 것인가? 아니면 미우라를? 그들은 애초에 다른 존재다.

 

나나 유이나 토베는 어떤가? 마찬가지다. 우리들을 표적으로 삼기 위해서는 일단 하야토나 미우라 같은 벽을 넘어야만 한다.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고 우리들에게 뭐라고 할 사람은 없겠지. 아마 딱히 이상하다는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사고였으니까 쟤들은 잘못이 없을거야. 비겁한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말도 안 되는 자기변명으로 납득을 해버릴 테니까.

 

하지만 그건 결국 누군가가 남을 비난하는 행위가 정의의 집행이 아니라는 증명일 뿐이다. 남을 깔아뭉개고 귀찮은 일의 원인을 한 명에게 떠넘겨 화풀이를 한다. 그러면서 나는 착한 사람이라고, 깨어있는 사람이라고 자위한다.

 

이 작은 교실에서 행해지는 비난은 정당함과는 관련이 없는 곳에서 행해진다. 감안하는 것은 딱 하나 뿐. 그 대상이 자신보다 약한가 아닌가. 그리고 관계를 거부하고 혼자서 살아가려 하는 히키타니보다 약한 자는 전교를 뒤져봐도 아무도 없겠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짜증이 났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세계는.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사회는, 틀림없이 무언가가 잘못되어 있다.

 

히키타니는 나를 구해줬을 뿐이야.”

 

생각했던 것보다 큰 목소리로, 나는 분노를 가득 담아 입을 열었다. 잡담이 뚝 그쳤다. 몇몇 녀석들이 어색한 표정으로 나를 힐끔거렸다.

 

사고를 일으켜서 미안해. 하지만 잘못한 건 나니까, 할 말이 있으면 나한테 뭐라고 해주지 않을래?”

 

아무도 입을 열어 나를 비난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눈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깃들어 있는 감정이 고스란히 보였다. 귀찮음, 무관심, 그리고 짜증스러움. 쟤는 왜 또 저래? 하는 말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았다.

 

내가, 혹은 토베가, 아니면 하야토가. 그 누가 여기서 히키타니를 변호한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마음에 닿지 않는다. 그러니 어설픈 변호는 안 하느니만 못했다. 나 역시 그걸 알고 있었을 텐데, 왜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해버린 걸까.

 

그래. 미안하다고 하잖아? 이제 그만 좀 하지?”

 

미우라가 나섰다. 과연 여왕의 힘이라고 해야 할지, 묘하게 불만이 있어 보이는 눈초리로 날 응시하던 아이들도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압도적인 상황 정리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이건 여론을 일시적으로 억눌러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의 감정은 스프링과 같다. 억누르면 억누를수록 더욱 강하게 반발한다. 억누른다는 행위 자체가 그 감정에 대한 각인이 되니까. 결국 무엇 하나 해결되지는 않겠지.

 

단단하지 않은 여론은 질척거렸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 끌고 들어간다. 도저히 빠져나올 길이 보이지 않는다.

 

진짜……싫다.

 

저기, 히나.”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에게 유이가 말을 걸었다. 고개를 들자, 유이는 손바닥으로 입을 가린 채 조용히 소곤거렸다.

 

오늘, 힛키 병문안 다시 갈 건데, 같이 갈래?”

으응?”

코마치한테 메일 받았는데, 곧 퇴원할 거래. 그 전에 한 번 더 가볼라구. ?”

 

유이가 이렇게 나서서 무언가를 권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뭔지 모를 답답함도 있었기에, 나는 유이의 제안을 수락했다.

 

 

 

방과 후, 나와 유이는 히키타니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남자애들 걸음으론 모르겠지만 우리들 속도로는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유이는 털실로 짠 분홍색 벙어리장갑을 낀 채로 손에 쥔 가방을 이리저리 흔들며 걷고 있었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거리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유이는 나보다 한 발자국 앞서서 바닥에 드리워진 그림자만을 애써서 밟고 있었다. 사람이 없으니 이런 아무것도 아닌 놀이를 즐기기에는 좋은 환경이겠지. 나 역시 유이의 뒤를 그대로 따라서 걸었다.

 

있잖아. 나중에라두, 힛키랑 잘 얘기해보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해.”

?”

 

그림자를 보고 있다가 유이의 말을 놓치고 말았다. 유이는 몸을 빙글 돌리며 나를 마주보았다. 무심코 몸을 뺐더니 안경이 스르륵 흘러내렸다. 당황하며 안경을 올리고 있는 나를 보며 유이가 말했다.

 

히나두 요새 힘들어 하잖아?”

……그거 때문에?”

 

그 기회를 만들어 주려고 나를 불러낸 거였나. 이 유이가하마 유이라는 소녀는 언제나 자기 주관이 없이 주위에 흘러 다니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언제나 세심하게 주위 사람들을 잘 살피고 있었다. 아마 나는 저렇게는 살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에, 나두 비슷한 일이 있었어.”

 

유이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무언가 옛날 생각이라도 떠올리고 있는 걸까.

 

그땐 무서워서, 한번두 가질 못했거든. 그게 언제나 좀 힛키한테 미안하기두 했구……. 그냥 언젠가 잘 풀리겠지 하면서 미루다 보니까, 그게, 별루 잘 된 게 없는 거 같아. 지금은 다행히 좀 괜찮지만.”

옛날?”

으응. 고등학교 입학식 날에.”

 

유이는 손바닥을 펼쳐 허공에 동그란 모양을 그렸다. 무언가를 전하려고 했던 것 같지만, 얘는 지금 자기가 벙어리 장갑을 끼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걸까? 나는 얌전히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우리집 강아지, 사브레라구 있잖아?”

 

그 모양은 강아지였구나…….

 

아침에 산책시키고 있었는데, 내가 목줄을 놓치는 바람에 사브레가 차도로 뛰어 들어갔거든.그 때 근처에 있던 남자애 하나가 뛰어들어서 사브레를 구해 줬어. 대신 그 남자애는 리무진에 치어서 곧장 병원에 실려가 버렸지만…….”

그게 히키타니?”

 

유이는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뺨이 추위에 상기된 것인지 엷은 홍조를 띠고 있었다.

 

으응. 그래서 그 뒤로 몇 번이나 만나서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무서워서 미루기만 하구……그랬었거든. 그러다가 아무런 말도 못했는데, 힛키가 먼저 눈치채구 자기한테 동정으로 잘해줄 필요 없다고 말해버리구. 그 때 힛키 참 무서웠는데. 아하하…….”

 

그런 일이 있었구나. 오늘 처음 알았다. 동시에 왜 유이가 그렇게 히키타니에게 신경을 쓰는 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히키타니가 끌어안고 있는 문제점 역시.

 

그러니까,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면 어떻게든 먼저 말하는 게 낫다구 생각해.”

 

유이가 내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안경 렌즈의 경계면에서 유이의 갈색 머리가 이지러졌다. 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병원 앞에 도착했다. 이미 병실 호수는 알고 있었으므로 나와 유이는 바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노래를 한 소절 부를 시간이 지난 후,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목표하던 층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복도를 걸어 히키타니의 병실 앞에 도착했다. 병실 문을 열자 여전히 4인실을 독방처럼 쓰고 있는, 외톨이신의 가호를 받은 것 같은 외톨이 마이스터 히키타니가 눈에 들어왔다. 발에는 초록색 깁스를 한 채로, 침대 뒤로 비스듬하게 등을 기댄 채 책을 읽고 있는 히키타니가.

 

책장을 넘기던 손가락이 멈추고 히키타니는 고개를 들었다. 그 빛 없이 희미한, 죽어있는 듯한 눈동자 속에 나와 유이의 모습이 담겼다. 히키타니는 살짝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얘네가 왜 왔을지, 의문이 가득한 표정. 묘하게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무슨 일로 왔냐?”

힛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당연히 병문안이지!”

어차피 곧 퇴원할 건데. 그럼 올 필요 없잖아.”

 

히키타니는 어색한 표정으로 옆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때 있던 건강 주스가 두 박스로 증식해 있었다. 히키타니는 나와 유이에게 한 병씩 그 주스를 건네주었다. 주스를 따지 않고 그대로 가방에 집어넣으면서 나는 입을 열었다.

 

나는 유이랑은 좀 다른데?”

……? 뭐길래?”

히키타니. 미안해. 그리고 고맙다는 말을 하러 왔어.”

……그건가.”

 

히키타니는 머리를 긁적였다. 한참 동안이나 할 말을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어. 딱히 너라서 구한 것도 아니고, 그 부분은 거리를 잘못 쟀던 내 잘못이기도 하니까.”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코마치의 걱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히키타니의 말은 거짓 없는 진실이겠지. 거기에 있는 게 에비나 히나라는 여자애건, 사브레라는 강아지건 정말로 상관없을 것이다. 분했다.

 

병문안 와줘서 고맙다. 그러니 이후로 신경 쓰지 마.”

 

그리고 그 차가운 눈을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히키가야 하치만은 다음에도 그런 장면을 목격하면 주저 없이 자신의 몸을 던질 거라는 사실을. 그의 시야가 닿는 곳에서 누군가에게 위기가 닥치면 히키타니는 절대로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누구건, 그 위기가 왜 닥쳤건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묻혀서 보이지 않는 선량함과 녹슬어 작동하지 않는 상냥함을 품고서, 자기 자신의 파멸을 위해 달려 나간다.

 

그렇다면 그건 결국 자살 시도나 다름없다.

 

지금까지는 다행스럽게 그 시도가 실패했다. 두 번 동전을 던졌고, 두 번 다 앞면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계속해서 앞면이 나올 수 있을까? 뒷면이 언제까지 나오지 않을 수 있을까? 방법은 하나. 동전을 그만 던지는 것 뿐이다.

 

같은 행운이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나는 그걸 믿지 않는다. 히키타니도 마찬가지겠지. 그렇다면 언제고 히키타니는 죽고 만다. 본인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 이상, 2분의 1이 만들어내는 거듭제곱의 확률 속에서.

 

히키타니가 죽는다고?

 

…….”

 

문득 가슴에 알 수 없는 통증이 느껴졌다. 나는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모아 심장 부근에 가져다댔다. 낮은 심장의 고동이 손바닥 아래로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들어 나를 몇 번이나 구해줬던 남자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썩은 눈, 의욕 없는 나른함, 그리고 무심한 표정. 이 모든 것이, 내 앞에서 자취를 감추고 사라져 버린다는 뜻일까.

 

 

 

……어라?

 

 

 

그건 뭔가

 

 

 

굉장히

 

 

 

싫다는 기분이 들었다…….

 

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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